[가우디 노트1. 장식] #2. “만족스러운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주변을 훨씬 더 만족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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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페이지

장식

 

“장식이 흥미롭기 위해서는 시적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고, 모티브를 구성하게 하는 대상을 재현해야 한다.”

 

 

장식이라고 다 우리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적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고, 어떤 것의 모티브(동기)를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티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역사나 전설, 그 밖에 우리가 기릴만한 사실 같은 것들…

2. 자연에서 온 것들… 동물, 식물, 광물(예를 들면 다이아몬드처럼 특별한 결정들을 떠올려보라)

3. 기하학… 선, 면, 입체

 

오늘날의 건축은 더이상 어떤 구체적인 역사나 전설, 자연의 것들을 재현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부터 금기시 되어있다. 그것은 건축이 다루어야할 부분이 아닌 것처럼 치부되었고, 건축에서 의미의 영역은 상당히 축소되었다. 하지만 건축이 언제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가우디 재학 당시 바르셀로나 상급건축학교의 주된 교육방향은 보자르, 즉 신고전주의 건축이었다. 가우디가 학교에 제출한 프로젝트들을 보면, 깨알같은 상징과 구상적인 사물들로 장식이 되어있다.  우리는 가우디의 건축이 장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우디의 건축은 당시의 다른 건축에 비하여 (당시 카탈루냐에는 자연주의 건축이 유행했다. 카탈루냐 음악당을 보라. 가우디와 한살차이나는 동시대 건축가인데… 정말 도자기등의 다채색 장식이 끝장이다.)  ‘구상적인 조각’ 등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후에 언급하게 되겠지만, 가우디는 그런 장식이 오늘날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른다.

 

성가정성당에는 구체적인 조각들이 건축물과 하나가 되어있지 않은가?

이렇게 묻는다면 스페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의 의견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가우디의 다른 건물들과 성가정성당을 구분하여 설명했다. 그는 가우디가 종교적인 인물이었기에 기독교의 교리를 전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우디는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튼 나는 맞은 편 18페이지에 가우디의 주요작품 중 하나인 밀라주택의 옥상부분의 환기구와 계단실 그림을 실었다. 고전의 방식으로 이런 입체물을 구성하려면, 주두(기둥머리)뿐 아니라 꼭대기 장식도 올라간다. 그런 건축과 가우디의 건축물을 비교해보면, 가우디의 건축에 장식이 절제되었다는 나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고전의 어휘로는 ‘기둥’을 ‘보’와, ‘벽’을 ‘지붕’과, 즉 받치는 것과 받쳐지는 것 간의 통합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그 자체로 애매하게 되고 고로 명쾌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 부재들이 만나는 부분은 주두(기둥머리)든 꼭대기 장식이든 이형의 요소를 통해 그것들의 부드러운 전환을 꾀한다. 반면 가우디의 건축은 그 모두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기에 그런 이형의 요소들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것은 이미 애매한 곳이라고는 없는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소개되는 일반 형태la forma general라는 개념은 가우디의 건축에 상당히 중요하다. 일반general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특별하지 않은 두리뭉실 한 무언가를 생각한다. 하지만 사전상에 나오는 이 단어의 개념은 이렇다.

 

【명사】

(1)특별한 일부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에 널리 해당되는 것.

 

즉, 전체에 해당하는 가장 본질적인 무엇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대청소la limpieza general라고 하면 어떤 특정부분 만 청소하는 것이 아닌 모든 부분을 다 청소한다는 뜻이되고, 대장general이라고 하면 특정하지 않은 모든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위가 되는 것이다. 그대로 적용하면 일반 형태la forma general란 어떤 특정부분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닌 전체를 총괄하는 형태와 형식이란 뜻이다. 그리고 전체를 총괄하는 ‘일반 형태’는 가우디의 글에 언급된 대로 무엇하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형태에서 나온다. 일반 형태를 보다 정밀하게 하는 것은 그것을 보전conservacion하는 것에 대한 관심들이지만, 이는 일반 형태를 정밀하게 할 뿐, 그것에 앞서는 무엇은 아니다. 가끔 건축인들 중에는 디테일의 지나치게 집중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가끔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튼 가우디에게 있어 각 부분의 상세들은 이 ‘일반 형태’에 종속된다. 이는 그의 글에서 뿐 아니라 그의 건축물을 해석하는데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물론 이런 일반 형태는 각 특정한 부분에는 잘 맞아들어가지 않을 수가 있다. 이것에 관한 문제는 <장식>의 맨마지막 페이지에서 언급이 되니 일단은 훗날을 위해 남겨두도록 한다.

 

가우디는 그렇게 쓰지않아 본문에는 실지 못하였으나, 나는 “만족스러운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주변을 훨씬 더 만족스럽게 한다”는 가우디의 말은 올바른 ‘일반 형태’를 갖추는 것이 그 밖의 부분들 역시 명쾌하게 정리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사물의 근본 뼈대가 바로 설 때 그밖의 부분들이 명쾌해진다.

 

여기가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그렇다면 장식은 무어냐?’ 꼬다리냐? 필요없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다음 문장에 가우디의 답이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도출된 형태가 만약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순수하게 장식적인 모티브의 도움을 받으라” 그리고 대상의 성격la caracter으로 보다 면밀해진 형태들을 취하라.

 

할 이야기는 더 많은데, 벌써 두바닥을 넘어간다. 너무 길면 지루할까 싶어서 오늘은 이만 끊는다.

2014년 9월 12일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