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노트1. 장식] #3. “공적 대상은 엄격한 성격을 가져야 하며, 이는 가족이나 개인의 일상적 대상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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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페이지​

“성격은 장식의 판단 기준이다.”

“공적 대상은 엄격한 성격을 가져야 하며, 이는 가족이나 개인의 일상적 대상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가우디의 노트의 곳곳에는 공적인 건물이 사적인 건물들과 어떻게 다른지, 가까이 있는 물체는 먼 곳의 물체와 어떻게 다르게 처리되어야 하는지, 우리 기독교의 성격은 이교도의 장식 방식과 어떻게 다르게 처리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내용은 이 노트의 주된 주제이지요.

 

누군가 묻습니다. ‘안도 다다오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저는 다다오가 가우디와는 상당히 다른 편에 선 건축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다오의 건축에는 매번 반복되는 건축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주택에서 부터, 상당한 규모의 쇼핑몰까지 그의 건축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그 건축물들은 ‘안도’의 건축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듯 하기까지 합니다. 반면 가우디의 건축은 항상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곡선이 전면에 드러난 것은 같으나, 밀라주택의 만곡하는 선들과 성가정성당의 포물선은 전혀 다른 근원을 갖고 있습니다.

 

가우디 대하여 다룬 많은 책들에서, 가우디는 직선을 싫어하는 장식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고딕’을 좋아하고, ‘로마’와 ‘바로크’ 건축을 싫어했다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전하고 있는데… 실은 이런 문장들은 따로 떼어놓았을 때는 그릇된 주장에 가깝습니다. 이는 그의 글을 맥락없이 끊었기 때문인데, 저는 단언컨데 가우디가 그리스 건축을 아름답다 평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우디가 자신의 건축관을 써나갈 때, 몇 번이나 그리스 건축물을 참고로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언덕 꼭대기에 앉혀져 멀리서 보이는 신전에는 기하학이 어울린다던가, 너무 기하학적인 형태는 구상적인 조각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들여다 쓰는 소재도 그리스 건축입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가우디는 직선으로 만들어진 건축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기록한 노트의 몇가지 힌트들을 통해 파악해 보자면, 가우디의 건축이 그런 건축과 다른 점은

 

1. 가우디는 ‘기하학적인 형태들이 (우리네 도시처럼 빽빽하여)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시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2.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조화를 이루기 위해 구상적인 조각들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 시대에는 그런 조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

3. 입면의 여러 건축 요소들을 의미없이 가로지르는 선들(엔타블레이쳐나 몰딩들)이 각 요소들의 고유한 성격을 해치기에 건축물이 전체적으로 구조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애매하게 된다는 점

 

등 등

 

가우디의 건축관에 따라 그가 직선(기하학적인 형태)를 도시주택 등에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이 짧은 글에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가우디가 경사지지 않은, 먼 곳의 시선이 허락되는 그리고 규모가 대단히 크다면, 저는 가우디도 직선들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자연속에 앉혀진 구엘 와이너리는 대단히 기하하적이죠. 그 작업을 가우디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여튼 제가 이야기 하려던 내용은 가우디는 조화와 아름다움, 자연과 성격을 다루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그의 건축언어는 도식적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의 노트에 적힌 그대로 그는 구엘저택 등의 사적인 용도의 건축에서 부드럽고 쉽게 풀이되는 아이디어들을 가져다 썼습니다. 비센스 주택에는 그 땅에 원래 자라고 있던 식물들을 재현했구요. 구엘주택에서는 누구나 알아볼만한 (쉽게 풀이되는) 헤라클레스의 전설을 사용했구요. 하지만 공공건물은 보편성을 가져야하고 기하학에 근거해야하고 진중함과 웅장함을 드러내야한다고 설명하죠.

 

하지만 기하학을 사용하는 가우디의 방식에는 주의할만한 점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22페이지에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내용이죠. 이미 글이 길어져 지루할테니 그건 내일 쓰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에는 애기보느라 쉬었습니다. <장식> 같이읽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쓸까합니다.

 

2014년 9월 14일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