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노트1. 장식] #1. “이런 것들은 일반의 상식이다.”

orna

17페이지.

 
장식
 
 
‘ornamentacion / decoracion / adorno / accesorio’
 

 

그에 글에는 우리말 ‘장식’에 해당할 만한 단어가 여럿 사용되었다. 가우디는 노트에 이 네 개의 단어들을 구분지어 사용하고 있다. 많은 부분 ‘장식’이나, ‘치장’ 등으로 기계적 구분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의문이 갈만한 부분에는 모두 원어를 병기했다. 이 단락에 해당하는 제목은 ‘장식’ornamentacion이다. 스페인어로는 본디 ‘la ornamentacion’이라고 써야 옳지만, 이상하게도 이 메모집에는 Hornamentacion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명백한 오기인데, 가우디는 수정하지 않았다. (가우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부분이다)
 
 
 
그의 글은 장식에 관한 진지한 연구를 하려한다는 말로 시작된다. 자신의 목적은 장식을 ‘흥미롭고interesante 이해될만한 것inteligible’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가우디는 당시의 장식들이 흥미롭지도, 이해될만한 것이 되지도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당시 가우디는 아직 알함브라를 가보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우디 연구에 세계적인 권위자인 바세고다 노넬 교수는 가우디의 안달루시아 여행을 1890년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가우디의 아버지는 바르셀로나로 이주한 뒤, 나이 60이 되도록 빚에 시달렸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안달루시아를 가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게다. (참고로 이 글이 기록된 해는 1878년이다) 역사학자 라우라 메르카달은 가우디가 당시 바르셀로나 공과대학 도서관에 납본되었던 사진가 장 로랑(1816-1892)의 알함브라 사진집을 보았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내가 <장식>의 16페이지에 실은 사진이 바로 그녀가 가우디가 보았을 것으로 주장하는 장 로랑의 사진이다. 가우디의 메모에는 사진이 첨부되지 않았지만, 그의 묘사는 사진에 등장하는 기둥의 상세와 정확히 일치한다.
 
 
가우디는 이 기둥들이 ‘얇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기둥을 구성하는 요소인 주두(기둥 머리), 주신(기둥 몸통), 주초(기둥 기초)에는 각기 나름의 비례가 정해져있다. 상식적으로 우리 역시 머리가 큰 사람을 ‘대두’라고 하고, 몸이 너무 마른 사람은 ‘홀쭉이’, 다리가 짧은 이는 ‘숏다리’라고 부른다. 이처럼 기둥의 각 요소들이 가진 비례 역시 쉬 벗어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우리처럼 건축요소들 역시 가끔 그것을 감춘다.
 
 
뚱뚱한 사람은 세로 줄무늬 옷을 입고, 목이 긴 사람은 화려한 목걸이를 한다. 그곳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서다. 다리가 짧은 이들은 바지 허리춤을 가슴까지 끌어올리곤 하는데, 이런 것은 실은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가우디는 이 사진에서 바로 그점에 주목하여 관찰하고 있다. 이 기둥은 우리가 주목할 만큼 얇은데, 이로서 기둥은 전체적으로 깡마른 긴 체형을 갖게 되었다. 지름으로 규준을 삼자면 그 기둥의 머리와 기초는 너무 작게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기둥몸통과 붙어있으니, 그 지름에 관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알함브라의 건축가는 바지춤을 끌어올리고 웃옷을 끌어내리면서, 마치 주두와 주초가 더 긴 것인 냥 시각적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실은 ‘허위’라고 할만한 이것을 누가 거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뚱뚱한 사람이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얼굴이 큰 사람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얼굴의 반을 가리는 일은 정녕 거짓인가? 아니면 우리의 이상idea을 쫓는… 현실보다 더 선한 무엇인가? 현실은 변한다. 살을 빠질 수도, 더 찔 수도 있다. 정녕 변하지 않는 것은 현실보다는 이상일 것이다. 무엇이 참인가? 가우디는 자신의 노트에서 여러차례 이말을 되풀이 한다.
 
 
“이런 것들은 일반의 상식이다.”
 
가우디의 판단에 당시의 건축은 ‘일반의 상식’에도 이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뭐 앞으로 쭉 같이 읽다보면 또 말할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가우디가 ‘장식’이라는 노트를 이 ‘알함브라 기둥’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으로 장식에 관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별건 아니지만, 매일 한장씩 쓰겠다는 결심으로 오늘의 날짜를 기록해본다.
 
 

2014년 9월 11일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