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노트1. 장식] #6. “장식은 채색되었고, 채색되고 있으며, 채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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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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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은 채색되었고, 채색되고 있으며, 채색될 것이다.”


“아마도 그 색채는 바래어질 것이다. 하지만 세월의 손길은 오래된 것이 주는 고유하고 귀중한 열매를 선사할 것이다. … 이제 막 지어진 건물은 마치 껍질을 벗은 듯한 차가움을 갖지 않는가?”

가우디는 오늘 채색에 관해 이야기한다. 채색 만큼 가우디의 건축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가우디는 그런 개념을 어디로 부터 갖게 되었을까? 그는 ‘자연은 모든 면에서 균일한 사물을 단조롭게 선보이는 법이 없으며, 건축부재 역시 채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우디가 활동하기 한 세대 쯤 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곳곳에서는 소위 ‘채색 논쟁’이라는 것이 있었다. 당시까지 그리스 건축은 ‘백색 대리석의 추상적인 성격을 가진 건축’으로 인식되어왔으나, -정치,종교적으로 여행이 불가하던- 그리스 일대로의 여행이 가능해지고, 화학 등의 도움을 받은 고고학이 이런 건축물들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진 과학적인 방식의 발굴은 파르테논을 비롯한 여러 그리스 건축물들이 실은 다양한 색으로 (폴리크롬) 채색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발굴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단단한 껍질로 산화되며 바스러졌지만, ​고고학자들이 발굴해낸 땅 속의 건물 파편들은 아직 산화되지 않은 예전의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여튼 당시까지 학계에서 받아들여진 그리스 건축의 이미지는 백색 대리석의 추상적인 건축이었다. (실은 오늘날의 우리도 아직 파르테논이 여러가지 색채로 장식되었다는 것을 떠올리긴 쉽지않다) 가우디가 오래된 것la antiguedad의 가치를 언급한 것은 그리스 건축을 염두에 둔 것일게다. 누군가 말할 지 모른다.

‘그리스 건축을 보라, 저 순백의 건축물은 채색되지 않고도 얼마든지 아름답지 않느냐?’

하지만 실은 그 건축물들도 채색되어있었다. 그날의 색채는 이제 가고 없지만, 그 건축물은 오래된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고색창연함’​이라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도시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들에 눈을 돌려보자. 화강석 패널로 만들어진 많은 건물들은 오늘 가우디가 이야기하는 ‘껍질을 벗은 듯한 차가움’을 가지고 있다. 차갑다 함은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가우디가 지적하는 채색의 또 다른 효과는 ‘야리야리한 개구부들’과 ‘거대한 덩어리’가 갖는 이질감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산 조르디 상>의 이야기는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된다.

2014년 9월 18일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