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어록] 아름다움은 진리가 발하는 광채다

[가우디의 어록] 아름다움은 진리가 발하는 광채다

La Bellesa és la resplendor de la Veritat; com que l’art és Bellesa, sense Veritat no hi ha art. Per trobar la Veritat s’han de conèixer bé els éssers de la creació.

아름다움은 진리가 발하는 광채다. 예술은 아름다움이기에 진리가 없다면 예술도 없다. 진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드는 그 존재를 잘 알아야 한다.

<가우디와의 대화> 34p, 조안 베르고스의 기록.

 

 

밀라주택의 환기구 (사진: 이병기)

 

멋지긴 하지만 왠지 아리송한 말이다. 나는 가우디의 말을 가우디의 작품으로 설명하고자 매번 사진을 첨부하는데, 이 말에는 어떤 작품을 같이 붙여 올려야 할까? 그것을 고민했다. 우선 그가 말하는 진리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사전은 진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진리 [眞理]

(1)참된 이치. 또는 우주의 근원적 원리.
(2)[철학] 언제나 누구에게나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인식의 내용.
(3)[논리] 어떠한 명제가 사실과 일치하거나 논리의 법칙에 맞음.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이라는 개념이다. 나는 가우디의 노트에서 ‘이런 것들은 일반 상식’이라는 구절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였다. 젊은 날 가우디는 장식에 관한 고민을 하며 작은 것은 더욱 풍성하게 장식되고, 큰 것은 그렇지 않음을 기록했다. 그는 ‘거대함’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숭고한 장식이라 생각했다. 말하자면 큰 것은 큰 것 답게, 작은 것은 작은 것 답게 만들어야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구조물 중 하나인 이집트 피라미드를, 또 그리스 신전 전면에 늘어선 지름이 1.8미터에 달하는 도릭 오더들을 떠올려보라. 그것들에는 자잘한 장식이 없다. 그 장식없음이 그것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와 달리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귀금속들은 가장 세밀하고, 가장 빼곡하게 장식된다. 그 작은 녀석들은 지극히 가늘고 섬세한 선과 장식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By Ricardo LiberatoAll Gizah Pyramids, CC BY-SA 2.0, Link

 

 

By Junho Jung from Seoul, South KoreaFlickr, CC BY-SA 3.0, Link

 

단순히 규모의 문제를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다. 가끔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존재에 대하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잘 알지 못한 채 그냥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때가 있다. 가우디는 다른 글에서 ‘예술은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성적인 것[racional, 나는 이것을 ‘이해될 만한 것’으로 간주한다]이 되어야한다’고 하였고, 또 다른 글에 ‘대비는 아름다움의 근본 속성’, ‘조화harmonia는 균형을 의미하기에 이쪽이든 저쪽이든 한쪽에 치우친 것은 조화로울 수 없고, 그런 것이 아름다울 리 없다’ 고도 이야기 했다. 이런 말들은 그가 보편 타당한 인식에 근거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다룬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참된 이치’에서 발하는 광채다. 누구에게나 보편 타당한 ‘참된 이치’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또 보편 타당한 인식의 틀에 관하여 깊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2017년 9월 15일 (수정)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