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어록] 저 나무가 내 스승이다.

[가우디의 어록] 저 나무가 내 스승이다.

Aquest arbre proper al meu obrador: aquest és el meu mestre!

작업실 앞 저 나무: 저 나무가 내 스승이다.

 

<가우디의 삶과 작품> 123p, 조안 베르고스의 기록.

 

 

성가정 성당의 기둥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닮았다. (사진: 이병기)

 

성가정 성당은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밀라 주택을 마무리한 1912년부터 1926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마지막 십오년간, 가우디는 오로지 이 성당 건축에만 매달렸다. 그렇기에 구조 혁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된 50대 가우디의 건축적 모험, 독창적인 그 건축세계가 어떤 곳을 향했는지를 보여주는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또 그의 가장 긴 프로젝트, 청년, 중년, 장년에 이르는 43년간 쉬지않고 계속했던 건축실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밀라 주택을 마칠 즈음, 60세 장년에 이른 가우디의 건축적 관심은 분명 기하학에 있었다. 젊어서부터 그는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의 관심은 자연 모사라기 보다는, 자연물이 갖는 활기와 역동성을 건축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젊은 날 그가 지은 비센스 주택, 카프리쵸 같은 작품은 무척 장식적이었다. 이 건물들은 자연물을 그 모습 그대로 모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는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더욱 정진했다. 말년 가우디는 자신만의 기하학을 통해 자연을 해석하고, 그 안에 부드러운 지중해 빛을 담아보려 했다. 오늘 소개하는 성가정 성당의 기둥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닮아있다. 누가 보아도 그리 보이고, 가우디도 그렇게 이야기 했으니, 그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자연을 모사한 것이 아니다. 구엘공원과 공장단지를 계획하던 가우디는 보다 합리적인, 자연의 합리성을 닮은 구조체계를 구상한다. 그것에 자연의 형상을 덧입힌 것이다.

 

“자연이 합리적이라고?” 

 

누군가에게 자연은 합리적인 대상이라기 보다는, 낭만적인 무엇일게다. 하지만 자연에도 합리성이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식물은 햇빛을 향해 자란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것들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할 때, 이에 반응하여 나름의 형태를 잡는다. 가우디는 기울어진, 하지만 그 상태에서 나름의 균형을 잡고 있는 나무를 보며 이를 닮은 건축적 균형을 생각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오랫동안 똑바로 서있다보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기댈 곳을 찾기 마련이다. 구엘공원 포티코 기둥의 원리는 이와 비슷하다. 이곳에서 기울어진 기둥의 구조적 합리성을 실험한 그는 구엘공장단지 성당에도 이를 도입한다. 성당의 구조체는 모두 필요에 따라 어느정도 기울어져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버티며 균형을 이룬다.

 

가우디가 진정 고민했던 문제는 구조계산이라기 보다는[그런 문제의 해결은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건축가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으니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고], 기울어지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전래가 없는 기둥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까’ 였을 것이다. 가우디는 자신의 작업실 앞에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 성당의 기둥은 나무의 형상을 입었지만, 동시에 지극히 합리적인 결과물이다. 밀라 주택을 설명하며 했던 ‘이성과 감성으로 빚은 건축’이라는 표현은 이 기둥을 설명하는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2017년 9월 14일 (수정)

이병기 

 

구엘공장단지 성당의 지하경당. 이곳에서 나무 모양 기둥에 관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