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어록] 균열 1

[가우디의 어록] 균열 1

누구라도 죄를 범하듯, 어떤 건물에도 균열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치명적이지는 않아야 한다. 의인이라도 일곱 번은 가벼운 죄*를 범한다.

 

Tots els edificis tenen esquerdes, com tots els homes tenen pecats, i el que cal és que no siguin mortals: el just peca set voltes venialment.

 

<가우디와의 대화> 231p, 조안 베르고스의 기록.

 

가우디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의 말 솜씨에 관한 평은 여러 기록에서 확인된다. 그는 말을 잘할 뿐 아니라, 말을 조리있게 못하는 사람을 답답해하고 다그쳤다고 한다. 이미 우리 머릿속에는 무서운 회사 상사의 그림이 그려진다. 한편 그의 글과 건축을 들여다보면 그가 재치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찝어보자면, 구엘 저택 로비의 기둥,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기둥의 머릿부분, 살롱 의자의 단면 상세, 당구장 문틀, 바트요 주택 여가방의 기둥 배치와 그 표면 처리, 바트요 주택 거실의 기둥 상세  등… 뭐 하나하나 꼽으려면 수도 없다. [언제 자리한번 펴주면, ‘말과 건축에 드러난 가우디의 성격’에 관한 강의를 할 수도 있겠다] 이것들을 보고 있자면 가우디 집안의 막내였던 그가 막 장난을 걸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구엘저택 살롱 벤치(사진: 이병기)

밀라 주택의 구조체계는 특이하다. 돌기둥 위에 철골을 올린 것이다. 이상한 점은 철골과 돌기둥을 어떻게 ‘강접’하느냐다. 이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1980년대 밀라주택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찍은 사진에서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 때문에 사진을 올릴 수는 없지만, 말로 묘사하자면 철골과 돌기둥을 시멘트로 떡을 쳐놓았다. 구조체 간의 약간의 움직임을 피할 수 없을테고, 인장력에 버틸 재간이 없는 시멘트는 단박에 금이 간다. 분명 균열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가우디는 이야기한다. 누구라도 죄를 범하든, 약간의 균열은 있기 마련이라고, 의인이라도 약한 죄는 짓지 않느냐고… 이 말을 하는 가우디의 표정을 상상해본다.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웃었을까? 아니면 자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을까? 어쨋거나 건축가가 이런 말을 대놓고 하긴 좀 부끄러울텐데, 가우디는 좀 뻔뻔한 스타일이었던 듯…

 

2017년 9월 20일 (수정)

이병기

구엘저택 주거층 쌍기둥(사진: 이병기)

   


*pecado venial: 왕립스페인어 사전에 따르면 이것은 카톨릭의 교리 중 언급된, 하나님의 법에 합하지 않은 것 중 가벼운 죄를 뜻한다고 한다. 이와 반대되는 것은 앞서 언급된 ‘치명적mortals’이다. 가우디는 잠언 24장 16절에 기록된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라는 구절을 염두에 둔 듯하다.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