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노트1. 장식] #21. “이것이 오히려 모뉴먼트, 특히 제단을 대단히 빛나게 한다.”

[가우디 노트1. 장식] #21. “이것이 오히려 모뉴먼트, 특히 제단을 대단히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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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7페이지

“하지만 성가대석을 빈약하고 무능력하게 만들기보다는 거기에 공간적이고 웅장한 형태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이 오히려 모뉴먼트, 특히 제단을 대단히 빛나게 하고, 성직자에게 매우 구별된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New Cathedral – Catedral Nueva, Salamanca, HDR 2
스페인 살라망카 대성당의 성가대석

오늘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가대석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56페이지에도 성가대석 후면의 사진이 있다) 아래쪽에 소개된 것은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평면으로, 성가대석이 대성당의 제단을 둘러쌓는 ‘ㄷ’자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스페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상상해보면 이런 성당에서는 미사 중에 제단이 성가대석에 의해 대부분 가려진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우디의 글을 읽자면 성소를 가리지 않기 위해 성가대석의 규모와 시각적 의미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 가우디는 웅장한 성가대석을 통해 오히려 그 안에 귀하게 감추어진 제단과 성스러운 장소에 보다 숭고한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Santaeulaliabarcelona224» por PapixTrabajo propio. Disponible bajo la licencia CC BY 3.0 vía Wikimedia Commons

Catedral

이어 언급되는 후진의 웅장한 형태란 이런 것이다.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제단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실제로 그 제단을 이루는 것은 그것을 병풍처럼 둘러쌓고 있는 후진의 회랑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곳은 제단보다 더 깊숙한 곳인데 그곳의 행렬회랑을 지나다보면 딱히 별 볼 것이 없다. 그곳은 건축-공간적으로 너무 심심하다. 하지만 이 공간의 의미는 제단 정면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정면에서 보이는 후진 회랑의 기둥들은 웅장하다. 이는 양측면에서는 벽기둥에 불과했던 회중석을 둘러싼 기둥들이 이곳에서는 ‘진짜 기둥’으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라. 회중석 양편에 위치한 이 기둥들의 열은 본래 벽기둥이었다. 하지만 제단 뒤편의 기둥들은 뒤쪽의 행렬회랑으로 인하여 벽에서 구분되어 따로 서있다. 벽과 기둥 사이 공간이 생기면서, 그 기둥들은 진정한 구조체가 되었으며 그에 걸맞는 웅장함을 갖추게 되었다. 뒷쪽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인하여 입체적인 공간감을 갖게 됨은 물론이다.

나는 가우디의 노트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성가정 성당의 공간감이 넘치는 제단 후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의 연상에는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Sagrada Família

2014년 11월 10일
이병기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