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작품] 밀라주택의 환기구를 보면서

[가우디의 작품] 밀라주택의 환기구를 보면서

 

예전에 우연히 이슬람 주거의 단면을 본 적이 있다. 이슬람 세계는 주로 더운 나라들이고, 안마당에 연못을 두어 온도를 낮추고 있었다. 헌데 신기한 것은 단면에서 보이는 수직 통로였다. 거실로 쓰이는 부분의 가장 안쪽에 굴뚝같이 생긴 것이 있었다. 그런데 불피우는 굴뚝이 아니고 환기를 위한 굴뚝이었다.

도판 설명에는 굴뚝을 햇빛에 노출된 곳에 두어 그 구조물 자체가 더워지게 하면 그 속의 공기가 상승하면서 정체된 공기를 빨아올린다는 개념이라고 설명 되어있었다. 해가 뜨거워지면 뜨꺼워질수록 당연히 공기는 더 강하게 빨아올려질테고, 그러면 앞의 연못에서 증발되어 적당한 습도을 품고 있는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허허!! 그것 참 과학적이로구나!

바르셀로나 신시가지 에이샴플라에서 보통 부엌과 화장실 창은 그냥 안쪽 파티오로 열려있다. 그런데 밀라주택을 보니 부엌과 화장실을 한데 엮어 돌출된, 크게 덩어리 지워진 환기구에 연결해놓았다. 이곳에 물린 부엌과 화장실만 해도 무려 아홉개다. 그늘 한 점 없이 하루종일 스페인의 태양아래 달구어진 굴뚝 덩어리는 아랫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이겠지… 이슬람 건축을 보고 언젠가 한번 써먹어야지 했던 것이 밀라주택에 있었다.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