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노트1. 장식] #30. 모든 것을 모방했지만 아무것도 만족 시키지 못했다.

[가우디 노트1. 장식] #30. 모든 것을 모방했지만 아무것도 만족 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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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가] 전 세계의 대리석을 가지고도 특정 부분에만 사용한 것은 그들이 처한 비참함과 부주의를 드러냈다. 건물 측면에 동으로 만든 지붕의 벼슬장식 뒤로는 흙으로 굽거나 처량한 점판암으로 만들어진 비참한 기와들이 보이며, 측면의 석고 조각물은 모든 것을 모방했지만 아무것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

 

Paris[사진:barnyz, www.flickr.com]

 

이 노트가 쓰여진 시기가 1878년이었으니, 불과 3년전 완성된 파리 오페라는 그 당시의 최신 초특급 건축물이었다. 가우디가 ‘파리 오페라’를 ‘그리스 신전’과 비교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시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두 건축물이 오더에 근거한 고전주의 양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과 ‘유사-고전’. 그리스 신전은 풍요함을 드러내기 위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풍요를 드러내려 했기에 그 안에는 선물과 헌물, 다른 나라에서 탈취해온 것들과 트로피 등 [진짜 값나가는] 온갖 자랑거리들로 가득했고, 건축물의 모든 부분은 진정으로 진귀한 건축재료들이 사용되었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신전은 몇몇 특권을 가진 사람들만이 잠시 머무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민의 자산을 들여만든 특별한 건물이기 때문이었다.

파리 오페라는 파르테논에 비해 면적은 10배, 높이도 두세배가 넘는다.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시민을 위한 여가 시설인데다 층수도 여럿이라서 그 프로그램의 복잡함은 신전과 비교할 것이 못된다. 하지만 가우디는 이 건물을 지는 이들이 빼어난 입면을 만들기 위한 허영에 빠져 어떤 서비스도 열망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이 건물은 [고전이라는 어찌보면 무척 단순한 체계, 그래서 반드시 드러내야만 하는 그] 진정한 풍요를 드러내지 못한다. 측면에서 이 건물을 들여다보면 정면을 장식한 진귀한 재료가 아닌 비참한 재료들이 드러난다. 아르마니 정장을 쫙 빼입은 신사가 다가와 넋을 잃고 쳐다보았는데 그가 빵꾸나고 늘어진 나이롱 양말과 슬리퍼를 신고 있음을 발견할 때, 그 처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어지는 맥락에서 보면 가우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전과 같이 귀한 재료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인원을 수용해야하는 오늘날의 필요를 과연 이 양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프랑스는 그리스 도시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재력을 갖고 있었다. 그 수도 파리에 이루어진 국가적인 사업, 가르니에의 오페라에서 조차 그 풍요를 뽐낼 수 없다면, 이 양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할 수 있을까? 이어지는 메모에서 가우디는 오늘날의 건설방식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2017년 8월 24일
이병기

 

grand_opera_paris[사진:Léo Mabmacien, www.flickr.com]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