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작품] 성가정 성당 동쪽 입면의 성경적 해석 1.

[가우디의 작품] 성가정 성당 동쪽 입면의 성경적 해석 1.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건축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성당’이다. 그리고 모든 종교시설은 자신이 기념하는 종교의 교리나 그 정신을 담기 마련이다. 이 성당을 지은 건축가의 기술과 예술성을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만,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배 행위, 그 본질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가정’ 즉, 예수님과 그 육신의 부모인 성 요셉과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이 성당은 그들을 기리는 속죄 성전이다. 지난 4월 스페인에 다녀왔다. 그 때 찍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교회 잡지에 이 입면의 성경적 해석에 관한 글을 쓴 기억이 났다. 찾아보니 아직 파일이 있다. 한번 쓴 것을 다시 쓸 필요는 없겠고, 그중 일부를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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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다. 가우디는 빛나는 태양을 예수로 비유하여 해가 뜨는 교회당 동편에 예수 탄생을, 해가 높이 빛나는 남편에 예수 영광을, 해가 지는 서편에 예수 수난을 기념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탄생 입면 한 가운데 자리잡은 채색된 나무일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내려오는 수직 축이 예수 탄생의 신비를 드러낸다. 그 시작은 나무 위에 놓인 성 삼위일체의 상징물이다*. 태초에 삼위일체 하나님이 계셨고, 그가 만든 에덴 동산에는 생명나무가 있었다. 영생을 얻게 하는 나무는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나무 뿌리에는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와 펠리컨이 놓였는데, 펠리컨이라는 새는 ‘자신을 희생하여 그 살과 피로 새끼를 먹였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물론 이는 스스로 구속 제물이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한다. 그 밑에는 동정 마리아가 아이를 낳을 것을 예고 받는 수태고지 장면이 펼쳐지는데, 처녀가 잉태하여 아기를 낳는 것은 장차 나실 아기 예수가 창세기 3장에 예언된 ‘여자의 후손’이자, 원죄 없이 잉태된 것에 관한 증거다. 고드름이 달린 한 겨울 오두막의 모습을 한 가운데 문은 나사렛 사람 예수가 구약의 예언처럼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 나신 사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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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대성당’ 그리고 ‘돌에 쓰인 성경’이 사람들이 이 성당에 붙인 별명이다. 나는 가우디가 좋은 기독교인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성경 해석은 무척 정확하다. 그는 신약과 구약에 드러난 구원 역사의 핵심을 집고 있다.

 

2017년 8월 26일

이병기

 

 

*생명나무 위쪽에 놓인 상징물은 성부, 성자, 성령을 기리는 세가지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님을 뜻하는 글자 ‘T’, 성자가 지신 십자가를 뜻하는 ‘x’,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바로 그것이다.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